개발기

니치를 다시 찾는 과정

서버는 이미 돌아가고 있는데 만들 것이 없었습니다. 후보를 늘어놓고 하나씩 떨어뜨린 기록입니다.

제약 조건부터 적었다

아이디어를 먼저 떠올리는 대신,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먼저 적었습니다.

  1. 웹개발자지만 특출난 전문성은 없습니다. PHP와 Java 중심이고, 남들이 못 하는 기술을 가진 건 아닙니다.
  2. 발로 뛰는 아이디어는 불가능합니다. 평일 야근, 주말 출근이 기본입니다.
  3. 지속 가능해야 합니다. 매일 콘텐츠를 생산해야 유지되는 모델은 두 달이면 멈춥니다.
  4. 결제 모듈은 붙이지 않습니다. 개인이 돈을 받기 시작하면 사이트가 아니라 사업이 되고, 세금·환불·CS가 따라옵니다. 순수 광고로 가기로 했습니다.

후보와 탈락 이유

후보탈락 이유
개발자 도구 모음
(JSON 포매터, 인코더 등)
요즘은 AI한테 바로 물어봅니다. 굳이 사이트를 찾아올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이미지 압축·WebP 변환쓸 만한 라이브러리의 라이선스가 걸립니다. 광고를 붙이는 순간 상업적 이용이 됩니다.
hwpx → hwp 변환기술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구형 hwp 포맷은 공개된 규격으로 쓰기가 사실상 어렵습니다.
업무용 견적 계산기업체마다 기준이 제각각이라 숫자를 내놔도 신뢰할 수 없습니다.
주식 일기매일 써야 유지됩니다. 조건 3번에 걸렸습니다.

탈락 이유를 적어놓고 보니 패턴이 보였습니다. 기술이 없어서 떨어진 건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전부 지속성, 신뢰성, 존재 이유 문제였습니다.

키워드 도구를 직접 만들었다

감으로 고르는 걸 그만두고, 키워드를 점수화해서 니치를 찾는 도구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개발자니까 이쪽이 편했습니다.

데이터 소스를 찾는 데서 먼저 막혔습니다.

블랙키위, 썸트렌드, 인사이트아웃 같은 기존 도구들이 어떤 지표를 보여주는지 참고해서 화면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배운 것

도구를 만들고 나서 "계산기"를 검색해봤습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카시오 공학용 계산기, 계산기 추천, 전자계산기 자격증…

전부 사무용품 쇼핑 키워드였습니다. 제가 만들려는 웹 계산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키워드 도구는 내가 넣은 단어 주변만 보여줍니다. 그래서 씨앗을 잘못 넣으면 엉뚱한 시장을 보게 됩니다. "계산기"가 아니라 실업급여, 퇴직금, 부가세, 연차 같은 주제어로 씨딩해야 실제 수요가 보였습니다.

당연한 얘기 같은데, 직접 해보기 전에는 몰랐습니다.

계산기로 결정

계산기로 가자고 했을 때 스스로도 걸리는 게 있었습니다.

계산기 모음 사이트는 검색하면 수백 개가 나오는데, 여기 들어갈 자리가 있나?

그래서 실제로 써봤습니다. 상위에 뜨는 계산기들을 하나씩 열어서 직접 계산해봤습니다.

결론은 의외였습니다. symbolab의 분수 계산기 하나만 쓸 만했고 나머지는 대부분 형편없었습니다.

여기서 방향이 잡혔습니다.

개수가 아니라 UX와 설명으로 승부한다. 답이 아니라 과정을 보여준다.

이 기준은 지금도 소개 페이지에 그대로 적어두고 지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이 판단 자체는 여전히 맞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만들어 놓은 계산기들은 계산 과정을 보여주고 근거 조항을 밝힙니다.

다만 한 가지를 놓쳤습니다. "경쟁자들이 형편없다"는 것과 "내가 검색 결과에서 이길 수 있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구글은 품질만 보는 게 아니라 도메인의 나이와 신뢰도도 봅니다. 3주 된 도메인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이미 자리 잡은 사이트를 밀어내지 못합니다.

이건 한 달 뒤에 검색 데이터를 보고 나서야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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